2022년 회고
22년이 끝났다. 동시에 내 3학년 생활이 끝났다.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실패를 경험했고, 많은 걸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인생에서 내게 중요한 가치가 뭔지, 일하기 위해 최소한 충족해야 하는 게 뭔지에 관한 threshold(…)를 설정할 수 있었다.
종강하고는 계속 쉬다가 이제야 회고를 쓴다… 그만큼 힘들었고 지쳤고 진이 쭉 빠졌던 1년이었다.
1. 학부연구생이라고 쓰고 학부노동자라고 읽기
아주 구체적으로는 쓰지 못하겠지만… 상반기에 NLP 연구실에서 일을 했다. 연구실에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교수님이 불러서 연구 과제에 참여한 것에 가깝다. 처음에는 들어가면 nlp 쪽으로 뭔가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하면서 딱히 배운 건 없다고 느껴졌고, 그저 데이터 노가다(…)를 계속했다.
논문 리딩 같은 활동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딱히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에는 내가 대체 왜 흥미를 못 느낄까 하고 자책을 많이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걸 보면 그냥 맞는 길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언어 본전공을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 자꾸 맞지도 않는 분야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억지로 질질 끌고 간 것 같다.
학부노동자라고 작성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었다. 여름방학 즈음 전까지 내가 학부연구생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연구과제에 동원된 학부생12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연구과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수익을 얻은 활동이긴 하지만, 학기 중에는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다. 특히 계획과 달리 과제 기간이 길어지니 학교 공부를 할 시간도 다른 공부를 할 시간도 없었다. 과제 마감을 맞추기 위해 밤도 자주 샜는데, 이 때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리고… 해당 분야와 별개로 교수와 연구실 관련된 모든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작은 사회는 숨막힐 정도로 답답했고, 다른 곳에서 있었으면 대자보 붙고 신고당할 일들도 여기서는 당연한 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런 곳에 마음을 붙이는 게 정말 너무 힘들었고, 2학기에 들어서 그 점이 수면 위로 올라와서 지금은 장기적으로 하는 일 하나 외에는 모두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쌓여 교수님과 갈등이 생겼는데, 교수님의 갈등 해결 방식 자체가 수동 공격적이고, 피로하기 그지 없었다. 약간 ‘너 아니어도 대체할 사람 많아’의 느낌? 이 과정에서 대학원에 대한 생각을 거의 접게 되었다.
물론 다른 교수님 다른 연구실이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 또한 연초에만 해도 지금 교수님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틀렸었다. 그 때문에 더이상의 도박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쪽 분야에도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 만큼 당분간 대학원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중 가서 다른 분야로 대학원이 가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개발자, 특히 백엔드 개발 관련으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2. 그럼에도 컴퓨터과학 공부는 재밌다
그럼에도 이번 해에 얻어갈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컴퓨터학과 전공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들은 컴과 전공은 총 7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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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수학1
선형대수학 강의였다. 사실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 걱정을 많이 했고, 또 수학이라(…) 많이 어려워서 머리를 싸맸다. 그렇지만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정말 친절하셨기 때문에…! 어떻게든 끝까지 끌고 갔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선형대수학에 이런 내용이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공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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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과학
작년 2학기 때 같은 교수님의 알고리즘 수업을 너무 재밌게 들었어서 멋도 모르고 4학년 과목을 신청했다. 초반에는 들을 만 했지만 뒤의 머신러닝 관련 내용으로 들어가자…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가 빙빙 돌았었다. 데이터과학이라는 학문에서 다루는 거의 모든 내용을 훑어주셨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정리하는데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B+을 맞아서 다시 들을 수는 없지만…ㅠㅡ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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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
1학기에 들었던 강의 중 가장 기계학습과 멀리 있는 느낌이었던 강의…! table 형태의 데이터를 다루는 sql과 그와 관련된 내용을 배웠다. 실습으로 MariaDB를 사용해 PHP 웹사이트를 만들어볼 수 있었는데, 하는 당시에는 스켈레톤 코드가 이미 주어져 있었고, ER diagram 짜느라 머리 아팠던 거 말고는 되게 재미있었다…! 이 떄부터 뭔가 데이터베이스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 이런 생각을 어렴풋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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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구조
여기서부터는 2학기 강의다. 사실 컴구는 워낙 플젝이 악명(?) 높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플젝 없는 컴구 분반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 떄문에 부담감을 먼저 덜고 들어갔는데, 교수님이 좀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설명을 정말 잘하셔서 내용을 되게 흥미롭게 들었다. 뭔가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하드웨어가 좀 가까워진 느낌? 그래도 플젝을 못해서 뭔가 아쉬운(?) 느낌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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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
교수님이 천사 of 천사… 많이 배려해주시고 설명도 천천히 해주시고 그러셔서 정말 좋았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전환돼서 좀 아쉬웠는데 기존 강의실이 너무 좁고 덥고 숨막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온라인인 게 훨씬 나았다. 그리고 같이 듣는 학우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던 수업이었다. 같이 공부하고, 이해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같이 고민하고 그럴 수 있었어서 정말 학우들에게 감사했던 수업이었다. 내용적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워서 나중에 한 번 더 정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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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학습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던 내용이라… 대강 들었긴 한데 수업 자체가 개론적인 수업이라 정말 개론적인 내용 정도만 가져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사실… 많이 졸았다…ㅎㅎㅠ 나중에 알멩이를 채워서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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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네트워크
컴네는 솔직히… 잘 안 들었다…^-ㅠ 영강에 녹강 제공에 ppt 그대로 읽으셔서 이해하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시험 준비만 했다. 다만 강의자료는 잘 구성되어 있어서 나중에 한 번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네트워크 관련 공부를 따로 하든지!
전반적으로 보면… 컴과 전공을 들으면서 ‘재밌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다. 물론 대부분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배운다’라는 감각이 정말정말 좋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썼던 컴퓨터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1에서의 일들이 있었을 떄에도 컴과 전공들은 흥미로웠고, 재미있었고, 공부해보고 싶었다.
이런 1년 간의 경험을 거치니, 가고 싶은 길이 컴과 쪽, 개발 쪽으로 명확해졌다. 그 중에서도 당장은 백엔드, 데이터베이스 쪽에 흥미가 있는데, 너무 좁게 보지는 않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3. 휴식?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올해 1학기, 23년도 1학기는 휴학을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대학원 가야지… 하면서 계속 재학 중이다가 이제 4학년이 됐는데, 대학원에서 취준으로 방향을 트니 쌓아놓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또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이것저것 하고 학교 다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다음 학기는 휴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백엔드, DB 쪽 공부와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22년 12월 30일에 쓰기 시작해서 23년 1월 6일에 마감을 했다. 그만큼 쓸 내용이 많았고 고민하는 것도 많았다.
올해는 좀더 나를 챙기고, 직업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 소속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든다.